工夫기록장

촉각과 자아 감각에 대해서

Enkidu 2021. 7. 25. 21:28

촉각과 자아 감각에 대해서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촉각은 피부 안 수용기들(receptors)의 미세한 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체 내에서 가장 큰 감각 체계이기도 합니다. 수용기들은 피부의 압력을 감지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촉각을 가지게 됩니다. 촉각 기관은 표피와 피부 사이에 있고 우리 몸 전체에 깔려있습니다. 수용기들 간의 거리를 통해 민감도가 결정됩니다. 손가락, 혀, 입술, 코, 이마의 경우 촉각 기관의 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민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발등이나 발바닥의 경우 그 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접촉(touch), 또는 촉감각은 어린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음식과 마찬가지로 삶의 양분을 전달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촉감각을 통해 아이는 주변에 대한 안정감과 함께 이를 통해 정서적, 사회적 능력을 길러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촉감각은 엄마 배 속에서 이미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태아는 태반과의 접촉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산통이 시작되면서 아이는 마치 전신 마사지를 받듯이 죄이고 눌리고 밀리면서 경계를 경험하는 강한 감각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서너 시간의 산통을 통한 일반 분만의 경우 태어나는 아이는 바깥세상으로 나오기 전에 이미 상당한 촉감각을 경험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만약 빠른 분만 (세 시간 미만의 진통) 또는 제왕절개 분만의 경우 이러한 촉 감각이 충분히 강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칼 쾨니히(Karl König)은 이러한 산고의 경험을 창세기 아담과 이브가 천국에서 내몰리는 사건과 비유했습니다. “태어난 아이는 깊게 상처 받은 존재입니다: 놀라 충격을 받은 아이는 엄청난 보살핌을 필요로 합니다. 아이는 오직 엄마의 존재, 모유, 그녀의 사랑과 접근성을 통해서만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엄마의 따뜻한 손길과 안긴 포근함 속에서(지상에서의 또 다른 자궁) 서서히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산파와 간호사들은 전통적으로 아이를 포대기에 단단히 싸서 아이가 필요로 하는 온기와 촉각의 경계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단단한 압력, 즉 촉감각을 통해 이건 세상이고, 나는 여기에 있고, 나는 세상을 만날 수 있고 또한 나를 보호할 수도 있다는 연대감(세상과 나), 심리적 안정감, 신뢰감, 잘 싸여있다는 신체적 안정감이 발달합니다.

아이들은 촉각을 통해서 경계를 배울 수 있으며, 자신이 세상에서 만나는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유아 또는 어린 아이일 때 촉감각이 충분한 자극을 받지 못했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촉각 방어라고 일컬어지는데, 예를 들어 솔로 팔을 가볍게 문지르는 것이 이 아이에는 강한 밀침으로 느껴져 과잉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hypersensitive). 이때 앙갚음으로 또한 자기 방어의 형태로 ‘원인제공자’을 때릴 수도 있습니다. 종종 폭력적이라며 잘못 비치기도 하지요. 어떤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부딪힐까 두려워 줄을 안 서거나, 서더라고 맨 앞 또는 맨 뒤에 서기도 합니다. 또한 놀이에 참가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 또한 반항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딪힘 때문에 의자 등받이에 깊게 앉을 수도 없습니다.

어떤 경우, 아이들은 반대로 타인이나 물체와 강하게 부딪힌다거나, 쿵쿵 내 디디면 걷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서 촉감각을 강하게 느끼려 합니다 (hyposensitive).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몸, 근육, 관절 등이 주위 세상과 어디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자기수용 피드백을 얻습니다.

촉각은 몸의 그림을 그리고, 피부는 방패입니다. 내 몸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까지 존재해서 끝나는 지도 알려줍니다. 이런 감각이 없다면 몸의 경계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세상에 대한 경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계가 없다면 어디로 흘러 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몸에 대한 경계감이 약한 어린아이들은 종종 엄마 아빠 이불속으로 ‘흘러’ 기어들어오기도 합니다.

촉각은 단지 ‘무엇’에 부딪힌 경험만을 제공합니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촉각 외에 운동감각, 온도감각, 시각, 청각 등과 같은 다른 감각들과 함께 사용되어야 합니다. 손을 뻗어 대상에 닿고 그 대상이 어떤 모양인지 손으로 더듬어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겠지요. 대개의 경우 시각이 도움을 가장 많이 받겠지요.

슈타이너는 촉감각이 성장, 변화되면서 자아감각으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자아 감각이란 타인의 자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며, 또한 이를 통하여 자신의 자아를 돌아보며 자아 성숙을 이끌 수 있습니다. 이 자아 감각이 발달하지 못하면 타인의 물질성 (즉, 육체적 존재)만을 보게 되고, 타인의 영혼적 존재와 그 내면의 신성한 정신적 존재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존경, 경외, 이타심……). 즉, 대상의 물질성(외관)을 관통하지 못하여 그 내면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폭력적인 성향, 비인간적 행위, 과시, 무관심, 인간성 도외 등의 경향으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감동받다’라는 표현으로 ‘I was touched’ 또는 ‘What she did touched me to the core of my being’ 등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이지는 않지만, 내면적으로 상대의 본질과 접촉하고 또 접촉되도록 허용합니다. 이는 의미 있고 깊은 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인간만의 사회적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나름 경험한 바, 아이들이 평소보다 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 다음을 한번 확인해 보세요. 세부적인 것에 더 신경을 써 보세요(Devotion to the detail). 이것이 또한 가장 실제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신발 안에 돌출된 것이나 작은 돌이 돌아다니지 않는지 / 소매 끝, 바지 끝이 손목, 발목을 계속 스치지 않는지 / 티셔츠가 짧아서 허리를 스치지 않는지 / 벨트가 길어서 몸 여기 저기를 스치는지 / 상표 라벨이 목이나 피부를 스치지 않는지 / 옷이 말려들어 피부를 스치지 않는지 / (속) 옷이 젖어 쓸리지 않은지 / 속옷, 양말 등의 안 이음새가 매끈한 지

집이나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촉 감각을 살리는 활동들 가운데 몇 가지입니다. 이때 서로의 촉 감각은 진정하고(authentic)하고 사랑의 마음을 담아야 합니다. 그것 또한 느껴져야겠지요.

- 아이 비행기 자주 태워주기 (아빠 등은 바닥에)
- 아이를 안을 때는 부드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 아이 말 태워주기 (아이는 아빠를 꼭 껴안고…… 또는 이불 깔아놓고 로데오도 가능)
- 큰 담요로 아이를 단단히 말아서 굴리는 놀이 (꾹꾹 눌러주면서) 또는 부모와 샌드위치 하기
- 잘 때 양 옆으로 긴 베게 받히기 또는 침낭에서 자기
- 모래 상자 (또는 기장) - 손가락, 발가락 사이사이로 느낌이 전달되게, 상자 안 보물찾기
- 아이 마사지 해주기 (특히나 등 골고루)
- 손으로 큰 밀가루 반죽하기
- 모래사장에 모래찜질, 모래/자갈해변에 등 대고 누워서 날개 만들기 또는 좌우로 구르기
- 감각상자: 닫힌 상자(천 자루) 안에서 솔방울, 거친 돌, 조개, 나무껍질 등 같은 2개 꺼내기(손/발)
- 피부 확인/관리 (상처, 가려움이나 발진 등): 작은 긁힘도 상당히 아프게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