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夫기록장

생명감각 '덕분에'

Enkidu 2021. 7. 25. 21:31

생명감각 '덕분에'

나와 내 몸이 하나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생명감각의 덕분입니다. 이는 촉감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촉감각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과의 경계를 느끼는 것이고, 생명감각은 촉감각을 제공하는 피부의 안이 가득 채워져 있음을, 그리고 이것을 하나의 신체적 독립성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잠을 깨면 희미하게 촉감각을 먼저 느끼고 기지개를 짝 펴면서 생명감각을 불러들이지요.팔과 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켜면서 나와 내 몸이 하나됨을 서서히 느낍니다. 생명감각을 통해서 우리가 공간상에서의 신체자아임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우리 몸이 건강할 땐 생명감각에 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게 배후에서 움직이죠. 허기가 지거나 갈증을 느끼거나, 몸이 안 좋게 느껴지거나, 피곤해지거나, 아파서 병이 나면 생명감각은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즉 고통이나 불편함을 통해 우리는 뭔가 잘못됐음을, 몸 전체성이 깨어졌음을, 이 생명감각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뭐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고기가 물에서 유유히 헤엄 칠 땐 자기가 젖어있음을 모르다가 뭍에 자기 배가 닿고 물 밖으로 나갔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또는 우리가 서서 걸으며 활동하지만 우리가 항상 딛고 있는 바닥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생각하지 않죠…… 

역설적으로 적절한 생명감을 가지려면 고통과 불편이 필요합니다. 고통이나 불편함의 이유야 어쨌던 그 일어난 그 사건에 주목하게 되고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No pain No gain의 경우이기도 하지만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리고자 할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삶에서 이러한 고초들이 없다거나, 무조건 피하려 하거나, 또는 너무 쉽게 제거가 된 환경에서 산다면 진정한 인간 발전도 가능하지 않겠지요 (어쨌든 살면서 고통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따르게 마련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스럽게 놀다가 멍들기도 하고, 자전거에서 넘어져 상처가 나기도 하고, 아무리 떼를 써도 가지고 싶은 것 다 가질 수도 없고, 키우던 병아리가 갑자기 죽기도 하고……이 모든 고통, 실망, 불편함을 경험하고 이겨내면서 좀 더 성숙된 한 인간으로 자라나가는 것이겠지요. 물론 왜 라는 질문과 함께 다음 번에 더 잘하려고 준비하고 기대하면서요.아이들이 듣게 되는 동화들도 이와 비슷한 구조와 역할을 가집니다.

산업혁명 이전에 우리는 자연의 리듬에 따라 살았습니다. 날이 밝으면 일어나고 곡식을 일구고 노래를 부르고 땅이 제공하는 계절음식을 먹고 저녁 되면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두워지고 피곤해져서 잤습니다. 오늘날 우리 삶을 보면, 하루는 더욱 더 길게 늘려지고, 리듬은 임의로 조작되고, 쏟아지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필요치 않은(원치도 않았던) 엄청난 정보에 마음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바빠서 낮에 충분히 뛰어 놀지 못하고, 어른은 자정이 가까워서도 아이를 데리고 대형슈퍼에서카트에 태워 쇼핑을 하며 오븟한(!) 가족의 시간을 가집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낮에 숨을 내쉬고 저녁에 들이쉬는 리듬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리듬은 힘을 복원시킨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리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안정된 리듬 속에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로 연결됨을 느끼게 됩니다. 이 리듬 속에는 유지되는 건강한 생명감각은 이후 상대에 대한 관용과 인내의 자질로 변형, 발전하게 됩니다. 즉, 연속된 전체의 큰 그림 안에서 나를 사고하는 능력이 키워진 것입니다. 반대로 나를 기준으로만 전체를 보게 된다면 인내와 관용은 쉽게 용인되지 않겠지요. 또한 이 경우 천천히 사물을 관조하지 못하고 불안, 초조해 하거나 신경질적이게 됩니다.

아이는 놀고, 허드렛일도 하고, 움직이고, 쉬다가, 심부름도 하고 그리고 또한 조용히, 그러면서 따분해하기도…… 빈 공간이 있어야만 그 틈을 비집고 창의성이 생깁니다. 이러면 육체적으로도 피곤해져서 쉽게 잠에 들 수 있고 아침에는 원기 왕성하게 일어나고 정상적인 허기를 느낍니다. 제가 아이들 돌볼 때 어린 아이는 대게 8시경, 조금 큰 아이들은 9시 또는 그 이전에 잠자게 했습니다…... 습관이겠죠^^ 아침 7시경에 일어나는데 아이들은 잘 잔 느낌과 함께 아침을 든든하게 잘 먹습니다.

영양도 생명감각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충분한 단백질(특히 콩류), 채소, 과일 또한 적당한 양의 지방을 섭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탄수화물(흰쌀, 흰 밀가루 빵, 파스타, 감자칩, 설탕……)이 가득하고 지방 섭취는 혐오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두뇌 발달과 몸 온기를 위해서라도 적당한 지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좋은 지방으로는 살균되지 않은 우유에서 얻은 신선한 버터, 코코넛 오일, 좋은 품질의 올리브유, 야자유, 저온 압착한 참기름, 아마유, 동물지방으로 라드(돼지비계 굳힌 것)와 닭 지방, 지방 빼지 않은 우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늦게 저녁 먹고 10시 훨씬 넘어서도 자지않고 아침에는 지방 뺀 우유에 콘플레이크 먹고 학교에 가면 몸은 처지고 활력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미국에서 수입되는 옥수수가 어떤 물건(!)인지에 대해서는 말 할 것도 없겠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입 옥수수를 소가 사료로 먹고 우유를 만들어 내지요).

현대사회에서 온기가 종종 관과되는데 이 온기는 건강한 생명감각의 발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금방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 젖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온기입니다. 아님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7세 이전 아이들에서 온기는 만들어지고 커가는 여러 장기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이 원치 않더라도 계속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주위 어른의 ‘사명’이라고 했지요. 

정보의 홍수라고 보통 일컫지요. 미디어(특히 스마트 폰, TV)에 대해서는 아이들에게 뚜렷한 경계를 지어주어야 합니다 (어른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는 온 몸으로 그 감각인상과 자극을 받아들입니다. 특히 7세 이전까지는 온 몸이 감각기관이라고 보통 말합니다. 요즘 엄청난 디지털 정보는 말 그대로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단숨에 뛰어 넘습니다. 그 분량과 내용 모두에서 말입니다. 무수한 시각-청각 이미지와 정보들이 아이의 영혼에 들어앉게 되는데 많은 부분이 처리되지 못하고 소화되지 못한 채 몸 안 어디에서 남아 돌면서 (때론 여러 달, 여러 해 동안) 아이들의 영혼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는 물론 디지털 미디어뿐 아니라 아이가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주변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도 포함이 되겠지요 (파괴되는 모습, 사람들의 고성과 다툼, 범죄와 경찰 등등). 보통 오래 악몽을 꾸지요. 아이 영혼은 지속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심해져서는 아프게 됩니다. 아이들은 9세나 10세 정도가 되면 이제 이해할 준비가 됩니다: 세상에는 대게 좋은 것들이 있는데 또한 좋지 못한 것들도 있을 수 있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지요.

아래는 아이의 생명감각 발달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다시 정리해보았습니다.

온기: 아이가 따뜻하게 옷을 입지 않았다면 자라는 데 사용될 에너지는 단지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유지하는데 모두 소비될 것입니다. 모자/장갑/목도리/한 겹 더/잘 때도 따뜻하게 특히 체온이 떨어지는 아침 3시이후의 숙면을 위해 한 겹 입혀서 재웁니다.

리듬: 자연이 간직한 최대의 비밀입니다. 매일 아이와 함께 행하는 한가지 의식을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매일 반드시 꼭 하시고서서히 하나씩 추가해 보세요. 아이든 어른이든 리듬을 통해서 힘을 얻습니다. 나중에는 그 리듬에 맞춰 가족 모두가 함께 움직이게 됩니다. 리듬과 좋은 습관은 안정감을 줍니다.

미디어와 과도한 정보로부터 보호: 어디를 가든 미디어 노출로부터 아이를 보호하세요 (할아버지 댁에서 또는 사촌들과 한번씩 보는 것은 ‘특별’한 경우'라고 반드시 인식시켜야 합니다). 아이들 앞에서 민감한 토픽이나 세상에 대한 부정/비판적 시각을 피하세요. 높은 상급학년이 아닌 이상 아직 아이들은 몸의 의지와 영혼의 느낌을 더 발달시켜야 합니다.

잠: 어릴수록 더욱 충분한 수면이 필요합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시키세요. 어쩔 수 없이 습관이 깨질 경우는 역시 아주 ‘특별’한 경우임을 인식시키고 (휴가, 특별한 가족활동 등) 다음날 적당할 때 ‘반드시’ 여분의 휴식시간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대게 스스로 휴식이 필요한지도, 또 필요하다고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잠의 신비에 대해서는 이후 더 이야기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양: 좋은 지방과 완전식품을 제공하며 과도한 탄수화물과 설탕섭취를 제한하여야 합니다. 신선한 과일과 생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합니다. 특히 아이들 머리발달에 생 당근 잘라놓은 것(carrot stick) 좋습니다. 감자는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됩니다. (인지학에서 단단한 뿌리는 거꾸로 아이들 머리를 단단하고 명석하게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감자는 실제 뿌리식품이 아니며 (덩이줄기) 주성분은 탄수화물(당분)입니다). 단백질은 소량으로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양에 대해서는 이후 좀 더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충분한 활동(운동) : 다양한 신체적 활동이 필요합니다. 야외에서 뛰놀게 하고 집안일, 장바구니 들기, 심부름 등을 하게(거들게) 합니다. 약간 힘에 버거운 일도 괜찮습니다. 육체적으로 피곤함을 느끼는 것도 괜찮습니다. 일을 잘 끝내면 내면이 강인해짐을 느끼며 수면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피부가 촉감각 장기이듯 생명감각은 교감/부교감 신경계와 연결되어있습니다 (좀 복잡한 이야기지만 몸 가운데 위치하는 교감신경계는 생명감각, 그 위와 아래에 위치한 부교감신경계는 사고감각의 감각장기입니다~). 만약 이 신경계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호흡, 소화, 심장박동 그리고 수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시간: 시간과 리듬에 대한 감각을 깨워주면 좋습니다. 특히 시계 없이 시간에 대한 감을 발달시켜 줍니다 (알람시계 없이 정해진 시간에 깨어 일어나기). 시간감각을 스스로 만들어 신체와 내면의 리듬으로 발달시킵니다.

하루 돌아보기: 아이와 함께 하루 일과에서 몇 개의 의식(ritual)을 만들어 봅니다 (부모와 같이 반복과 지속, 처음에는 하나 정도로 시작). 하루의 시작과 끝이 명확하면 그 명료함이 아이의 내면적 안정감과 연속성을 발달시킵니다. 일기쓰기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