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夫기록장

대림절, 대림환, 그리고 대림정원 의식

Enkidu 2021. 11. 15. 10:51

올해(2021년) 대림절은 11월 28일 일요일에 시작해서 네 번의 일요일을 거쳐 동지, 크리스마스로 이어집니다. 해를 넘어 성스러운 열 세 밤을 거치고 1월 6일 예수 공현 축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대림절을 한자로 풀어서 쓰면 오기를 기다리다, 영어로는 Advent 즉, "오다"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대림절은 아기 예수 탄생 전 4주간의 절기를 뜻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많은 아기가 태어나지만 아기 예수의 탄생, 즉,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는 것은 인류사의 큰 사건으로 여겨 집니다. 대림절의 첫 번째 일요일을 맞이하여, 특히 많은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영어로 Advent Garden (또는 Winter Spiral), 즉 대림정원이라 불리는 행사를 가집니다.

 

편백나무나 전나무 가지로 나선형의 길을 만들고 나선형 길의 끝인 가운데에는 푸른 색 천을 깔고 그 위에 통나무를 올리고 큰 초를 하나 켜 둡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그날 어두운 교실이나 강당 안에 초 하나만 밝히고, 조용하게 들어와 있는 아이들은 초가 꽂혀 있는 사과를 들고 가운데 큰 촛불까지 나선형으로 걸어 들어와서 불을 붙이고 다시 돌아 나오면서 자기가 원하는 곳에 사과 초를 올려 놓는 의식을 하게 됩니다. 이 사과 초는 뒤이어서 올 다른 친구들의 길을 밝혀 주게 됩니다. 안이 점점 더 밝아지고 따뜻해지면서 이제 서로의 발그레 하면서도 평온한 얼굴을 보게 됩니다.

 

이 의식을 하기 전에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빛으로 가득했던 낙원 이야기, 거기에서 인간이 추방당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차갑고 어두운 지상에 남겨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후 아기 예수가 온기와 빛을 가지고 다시 지상에 내려오게 되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이들이 나선형 길의 가운데로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갈 때 우리는 평소 보지 못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한 인간의 위엄을 가지고 경건하게 가운데 빛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또한 우리는 각 아이들이 가진 깊은 인간성과 한 인간으로서 세상에 우뚝 서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모두에서 큰 선물로 주어졌음을 알게 합니다. 

 

 

대림절 정원은 천국의 정원과는 다른 지상의 정원입니다. 들어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고, 또는 삐죽삐죽 날카롭고 어두운 가시길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빛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가는데, 어린 아이들이 홀로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비록 신체적, 영혼적으로 어린 아이이지만 정신적 존재의 한 인간으로서 아이는 자기 내면의 길을 찬찬히 걸어가는 경험을 하는 큰 사건일수 있습니다. 그 빛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더 밝아집니다. 그리고 고난 끝에 빛을 얻은 우리에게 지상은 새로운 정원이 되어 갑니다. 물론 천국의 정원과 같지는 않겠지요. 이는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을 통해 다른 지상의 열매, 즉, 사랑과 이해, 형제애를 기르고 익혀가는 정원일 겁니다. 그 씨앗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통해 곧 뿌려 질 것이며,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의 빛을 다시 밝힘으로써 아이들 영혼 속에 내재하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을 다시 깨우고, 세상의 선함에 대해 다시 마음을 열게 해줍니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의식이 가지는 원형적인 종교성, 사랑과 감사, 그리고 경외심을 경험하게 합니다. 경외심을 갖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인식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빛과 온기를 향해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다시 나오면서 빛과 온기가 된 스스로를 더 넓게 세상에 펼쳐 냅니다.

 

인류 역사에서 사과는 숙명이자 운명적인 과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인식과 깨어남을 통해 지혜를 줄 수 있는 지혜의 열매이자 빛의 받침대이기도 합니다. 깨어남을 통해 우리 안의 빛이 점점 더 커지게 되고, 그 빛을 통해 성장하고 익어 결국 지상에서 사랑과 지혜라는 열매를 맺게 해줍니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빛을 품고 세상에 퍼뜨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누구나 빛을 품고 빛을 더하고 빛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대림환을 함께 만드는 것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행사입니다. 대림절 겨울 정원에서처럼 대림절 초는 어둠(죄)과 빛(사랑)이라는 양극적 요소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서 매주 하나씩 촛불을 더하면서 서서히 빛은 어둠을 몰아냅니다. 우선 대림환은 둥급니다. 시작과 끝이 없는 완전하고 끝없는 신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또한 늘 푸른 상록수로 꾸미는 데 이는 믿음을 통한 영원한 삶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주로 뾰족한 호랑가시나무(Holy) 잎과 열매가 사용되는데 예수의 가시면류관과 고귀한 피를, 그리고 솔방울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의미합니다.

 

초는 대림절 기간 매 일요일마다 하나씩 더해서 켜 집니다. 네 개의 초가 대림환에 놓여 지는데 각각의 초는 천 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구약에 따르면 인류는 세상의 구원자를 아담과 이브 이후 사천 년간 기다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흰색 초를 두기도 합니다. 흰색은 순수를 의미하겠죠. 이 초는 크리스마스 이브나 당일 밝혀집니다. 첫 번째 초는 보라색이 사용되는데 이는 기도, 참회, 희생의 의미를 가지며 사순절에도 이 색이 사용됩니다. 그래서 대림절은 ‘작은 사순절’이라고도 불립니다(사순절과 구분하기위해 파란색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제 세 번째 대림 일요일이 되면 초의 색이 보라색에서 장미색으로 바뀝니다. '참회'에서 이제는 '도래'가 임박했음을 기쁨으로 나타냅니다. 전체적으로 색은 진보라에서 보라, 짙은 빨강에서 연빨강(핑크-로즈)으로 색이 바뀝니다. 슬픔에서 기쁨으로, 어두움에서 빛과 희망을 바라보는 시기입니다. 

 

기독 전통으로 보자면 매주 켜지는 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대림기간 첫 번째 일요일 초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아기 예수가 온다는 것을 알리는 “예언자의 초”입니다. 두 번째 초는 신의를 상징하며, 마리아와 요셉의 여정을 알리는 “베들레헴의 초”라고 불립니다. 세 번째 초는 기쁨으로, 아기 예수의 오심을 세상이 모두 기뻐하는 “양치기의 초”라고 하며, 마지막 초는 평화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천사의 초”입니다. 

 

대림기간 동안 우리는 주변세상과 더욱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지구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면서 내면의 의식과 감각을 일깨웁니다. 어두운 지상의 깊은 암흑을 경험하고, 네 번의 일요일을 거치면서 우리는 깊은 어둠으로부터 빛이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류의 발달이 전개됨을 감지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류와 더 깊은 연관성을 가지게 됩니다. 발도르프 학교나 가정에서는 조그마한 예수 탄생 장면을 계절탁자 위에 만들어 두는데, 첫 대림 일요일에는 마구간 안이나 주변에 돌, 수정, 뼈, 조개 껍질 등을 놓고 (광물 왕국), 두 번째 일요일에는 식물, 이끼, 솔방울, 가지, 짚, 말린 꽃, 씨앗 등을 더하고(식물 왕국), 세 번째는 나무/펠트 동물 인형들, 소, 양, 나귀, 새 등을 더하고(동물 왕국),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양치기 등 사람 형상을 둡니다 (인간). 그리고 크리스마스 날에는 아기 예수가 구유에 놓여 집니다. 이 전 과정은 인류의 발달 과정을 표현하고 그 마지막에 그리스도와 함께 고차적인 ‘나’와 하나됨을 상징합니다.



대림환 초를 밝힐 때 읽는 짧은 시 (루돌프 슈타이너)
 
대림절의 첫 번째 빛은 돌들의 빛이라.
그 돌은 수정 안에, 조개 껍질 안에, 그리고 우리의 뼈 안에서 빛나고 있네.

대림절의 두 번째 빛은 식물들의 빛이라.
그들의 뿌리, 줄기, 잎, 꽃, 그리고 열매를 통해 우리는 살아가고 성장하네.

대림절의 세 번째 빛은 동물들의 빛이라.
들판과 숲에 있는, 그리고 대기와 바다 속에 살아있는 모든 동물들은
그의 탄생을 숨죽여 기다리네.

대림절의 네 번째 빛은 인류 전체의 빛이라.
그 빛은 서로와 나눌 사랑의 빛, 그리고 서로를 이해할 사고의 빛이라네.



(첫 번째 초를 켤 때는 첫 번째 연만, 두 번째 초를 켤 때는 첫 번째, 두 번째 연.... 식으로 읽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