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학교에서 축구를 일찍 권장하지 않는 이유
발도르프학교에서 축구을 일찍 권장하지 않는 이유
우선 슈타이너는 독일의 첫 번째 발도르프 학교에서 축구를 금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글의 결론은 아닙니다. 슈타이너가 -교육학적인 의미에서- 그렇게 한 이유 중 하나는, 축구가 인간의 머리를 도구로 사용하는 유일한 활동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헤더). 또한 무의식적으로 머리처럼 생긴 공을 여기저기 발로 차면서 내면의 폭력적인 성향을 자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머리라고 하면 우선 공을 떠올리고, 조금 크면 지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마 머리 쪽 (신경-감각계)의 통합 및 조절/제어 능력이 충분히 발끝까지 미치지 않은 (어린 아이의) 경우 발은 본래의 움직임 속성에 충실하면서 바깥으로 뻗어나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발도르프 학생들은 담임과정에서 올림피아드, 그리고 상급에서는 농구, 배구 등 경기를 통해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축구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여러 주변 환경에 의해 팀 경쟁 스포츠가 단순히 보고, 즐기고, 재미있어하는 정도의 수준을 넘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홈 경기 때 팬들이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거나,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훌리건 때문에 많은 사고가 나고 무장경찰이 투입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미디어 또한 지나치게 경쟁심을 유발하면서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시키고자 합니다. 프로축구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엄청난 돈으로 선수를 사서 모으고, 선수를 임대하는 시장이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용품 회사와 음료시장의 각축장이기도 합니다. 입는 옷과 스포츠 용품, 장비, 마시는 음료, 경기 영상 및 최근 이적 소식 등 모든 것은 각각 큰 상품성을 가지면서 어른 뿐 아니라, 아직은 뭐라 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역시 쉽게 주 타깃으로 선정됩니다.
발도르프 학교 저학년의 경우 주로 놀이 위주의 체육수업이 진행됩니다. 특별한 준비나 도구, 장치 없이 몸 전체를 사용하는 자유로운 움직임 활동을 위해 최소한의 규칙만을 정하고, 숫자를 통해 점수를 매기고 승패를 둘로 가르는 것을 배제하거나 최소한 하려고 합니다. 규칙 역시 충분히 체험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실제적인 것으로, 축구의 오프사이드와 같은 엄격하고 철저하게 기술적인 규칙이 없습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특히 저학년의 경우 팀 경기로서 축구는 전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약하는 필요 이상의 많은 규칙이 움직임에 적용되기도 하고 (신체와 에테르와 균형적인 발달 저해), 승패에 집착하게 되면 특정 아이들이 서로 편을 먹거나 특정 아이를 배제하는 등 협력이나 배려보다는 불필요한 다툼과 경쟁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스트랄체와 자아의 균형적 발달 저해). 또한 경기에 따라 좋은 결과를 위해 값비싼 좋은 장비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놀이의 경우 승패가 크게 의미가 없거나 술래가 계속 바뀌기도 하고 (술래가 더 재미있기도 하고) 결국 모두가 승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그때 그때 규칙도 정하기 나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담임과정 아이들에게 축구를 권장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팀 스포츠를 어릴 때 일찍 경험한 아이들은 상급학생이 되어서 다른 여러 스포츠를 경험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축구는 하나의 공을 가지고 골을 넣겠다는 하나의 목표가 아주 강한 목적지향의 스포츠입니다. 따라서 주심이 보지않는 곳에서, 또는 주심의 눈을 피해 반칙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만약 아이들이 어릴 때 놀이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였다면 커서도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경쟁적인 스포츠를 일찍 접한 경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체육 교과에 흥미를 잃기 쉬워 질 수 있습니다. 일찌감치 국내외 프로 리그 선수들의 경기나 월드컵 등을 통해 강렬한 열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는 여러 활동들이 시시해 보일 수도 있고, 더군다나 외부에서 스포츠 강습을 받고있다면 친구들과 함께하는 수업이 '경기력' 측면에서는 한참 지루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또한 친구들과의 협업을 통한 풍부한 감정 교환보다는 강하고 직선적인 표현으로 단조로워 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건강한 경쟁은 십대 청소년들(13세-19세)을 위한 것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아직 이기심이 다소 배제된 내적인 태도를 가지고 친구들을 만납니다. 축구는 너무 일찍 ‘청소년 무드’를 조장하며 아이들의 감성을 일방적으로 강하게 깨울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아스트랄체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깨어나고 태어나게 됩니다. 실제 발로 차는 행위는 강한 에테르적 힘을 아래쪽 발에 집중시킵니다. 이갈이 하면서 에테르의 힘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 그 힘이 가슴 쪽의 리듬계로 내려오면서 담임과정에서는 ‘가슴을 통한 느낌적인 사고’를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축구나 발로 차는 활동은 가슴에서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경향을 유발합니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중력의 힘을 극복하면서 무게를 이겨내고 위쪽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의 힘입니다. 의지의 힘을 통해 몸을 위쪽으로 끌어당기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활기를 가지게 됩니다. 점점 더 바르게 서고 또 하늘의 해와 별을 올려다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선수를 묶어두는 복잡한 경기 규칙이나 경기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 등도 역시나 지상적 요소를 담고 있고 (아리만적인) 아래를 향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축구를 많이 하는 일부 아이들은 툭툭 이유 없이 발을 뻗어 다른 아이들의 발을 걸거나 물건을 발로 차는 경향성을 띌 수 있고, 지속적인 하체 움직임을 통해 몸의 균형잡인 신체성장과 감성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화나면 발로 뭔가를 차듯 발은 손보다 더 큰 파워를 보여줍니다. 축구는 또한 좌우 양측 모두의 다양한 기술을 요구합니다. 양측 사용은 학습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축구는 신체적으로 위와 아래, 앞과 뒤 공간을 충분히 익히기 전에 아이들의 움직임을 좌우측면 공간 움직임으로 내몰 수 있습니다. 또한 대개 공과 발과 땅의 수평적 관계를 지속해야만 합니다. 자유롭고 우아한 팔과 손의 사용은 3세에서 12세까지 성취해야 할 발달목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축구는 팔과 손의 사용을 극히 제한하며 움직임은 주로 하체에 집중됩니다. 따라서 발이나 무릎, 허벅지 등의 부상을 가져오기 쉽습니다. 드리블하면서도 상대를 따돌리기 위해서는 상당히 불규칙적인 리듬을 계속 발생시켜야만 합니다. 그리고 머리부분의 충격과 척추 압박이 경기 중 지속됩니다. 프로축구 선수들 가운데 50퍼센트 정도가 머리부상에 준하는 흔적을 보이고, 여가를 위해 즐기는 아마추어 역시 약 35퍼센트 정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유에서 학교 체육에서 권투를 가르치지는 않겠지요. 이와는 별개로 축구와 같은 팀 스포츠의 경우 경기 결과나 상대방의 실수, 자기비판, 전술, 선수능력별 등급, 심판의 판정결과 등에 따른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생각을 끌어오게 만듭니다.
물론 팀 경기가 주는 많은 장점도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진정 스포츠맨 정신을 발휘하면서 상대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팀 내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방법도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힘과 속도, 민첩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운동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많은 발도르프 학생들 역시 축구를 합니다 (담임과정 중/고학년 또는 상급생들). 또한 농구나 배구를 하면서 점수를 매기기도 합니다. 축구든 농구든 그 경기 자체로는 놀이가 발전된 형태일 것이고 규칙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가치 중립적으로 일장일단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여러 우려들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균형잡힌 발달을 돕기위해서 축구를 도입하는 것은 12세 정도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 즈음 되면 그나마 호흡과 순환체계가 이전보다 훨씬 더 성숙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몸도 서서서히 무거워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유심히 지켜봐야 할 지점은, 무엇보다 항상 가장 적절한 시기에 발달시키고 성숙시켜야 할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해당 영역의 틀만 가지고 우리 사회가, 특히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사회적, 문화적 큰 영향 하에서 모든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거기에서 배제시키거나 무시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미디어와 움직임, 감성과 의지, 놀이 문화와 스포츠 등 이 모든 주제가 앞으로 오랫동안 성장하고 배워야 할 우리 아이들과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될 때 앞으로도 많은 도전과 책임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