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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온기와 열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열과 온기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점차 추운 계절이 다가오면서 이전보다 더 몸의 따뜻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추위에 떨고 있을 이웃을 위한 온정의 손길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반면 때론 복잡하게 뒤얽힌 서로간의 영혼적 관계 안에서, 우린 종종 ‘쿨’함을 또 다른 미덕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역시 열감기를 앓고 고열 증상에 결석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어디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발도르프 학교와 유치원에서는 열과 온기를 좀 더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그 중요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기는 모두에게 중요하겠지만 특히 성장하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인간이 태어나 살아있으면서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들이 온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씨앗에서 싹이 틀 때 온기 가득한 주변 환경이 필요하듯 아이들 역시 자연과 주변의 온기 안에서만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실제 영양이 부족한 경우보다 온기가 부족한 경우가 생명 유지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 역시 모두 온기와 관계가 있습니다. 옷은 단순히 패션을 떠나 추위로부터 몸의 체온을 보호해주고 음식을 통해 섭취한 열량은 많은 부분 체온 유지에 소비됩니다. 집 역시 혹독한 추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줍니다. 온기의 중요성은 인간뿐 아니라 당연히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게도 적용됩니다. 화산 속의 뜨거운 마그마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미생물이 존재하지만, 당장 온도가 영하 몇 십도 이하로 떨어지면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는 생명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한기를 느끼면 몸이 움츠러듭니다. 온기가 없다면 가장 먼저 몸 안팎은 경직되어 더 이상 주변으로 관심을 뻗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과 변화의 가능성도 사라지게 됩니다. 인간의 사구성체를 통해 보더라도 매번 인간의 정신과 영혼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온기를 매개로 하여 인간의 신체성 안으로 들어오게 되며, 이를 통해 이후 성장과 변형의 과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변형을 위한 충분한 온기를 내적으로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 신체 내부에서 더욱 내밀한 장기를 조직하고 물리적인 형성과 성장에 쓰여야 할 힘들이 온전히 생존을 위한 열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 소비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이렇다 보면 외부 감염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더 줄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신체적 온기에 더하여, 정서적 온기, 즉 따뜻한 사랑, 공경, 너그러움, 진정한 도덕 등이 함께 제공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영혼적으로 주변환경에 적응하고 서로간의 영혼적 교류를 위해서는 충분한 내적 온기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요리 할 때도 여러 음식 재료들이 열과 온기를 통해 제대로 섞이면서 은은한 향과 맛을 우리에게 제공하듯이 아이들의 다양한 신체적 감각과 영혼적 경험들 역시 이 온기를 통해서, 그리고 이러한 온기 안에서 통합을 이루게 됩니다 (감각과 영혼의 통합). 이렇게 물질적인 것과 영혼적인 것이 온기를 통해 상호 작용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일에 관심과 열정을 보이면서 몸의 온기를 상승시키고, 또한 적절한 온기 안에서만 몸을 원활하게 움직이고 두려움 없이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자기 경험을 통합하고 자신이 경험한 것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 전제조건으로 몸이 편해야 하고 자신이 자기 몸 안에 포근히 들어와있음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외적 관찰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어린 아이들의 몸 안에는 자기 개별화를 향한 엄청난 변형의 힘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흔히 겪게 되는 병들은 그 생명 유기체 내에서 어떤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외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1 대부분의 아동기 질환은 강한 열 반응을 동반합니다. 이때 자아는 따뜻한 온기를 지닌 피 안에서 아주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를 성장시키는 높은 자아의 힘은 피의 따뜻함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도 열은 고도화된 방어 체계의 표현으로, 높은 열은 몸을 자극하여 제거와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백혈구와 면역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더 많은 백혈구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파괴하기 위해 활발하게 작동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 각자의 면역체계는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강화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열병 역시 면역체계의 활동이 향상되는 과정인 것입니다. 면역체계는 온기 내에서 작동되면서 우리의 개별성을 강화시켜 줍니다. 이는 우리 몸 안에서 ‘우리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의 영역을 보호합니다. 또한 ‘우리가 아닌 것’을 구분하고 이를 유기체로부터 제거시킵니다. 또한 열은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에만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신경감각계에 대한 친화력을 고려할 때 열은 유기체의 과도한 신경 감각계로의 경향을 극복하는 반응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자아는 따뜻한 곳에서 살기 때문에 이때 자아의 관여 정도에 따라 열 반응인 염증 작용의 강도와 지속시간이 결정됩니다(3).

 

우리는 대개 아이들의 높은 열에 대해 깊은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공포로 인해 정형화된 의학 처방을 따르게 되고 (빠른 해열제) 이로 인해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근본적인 발달과정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실제 열은 그 자체로 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해열제 광고 등을 통해, 열을 내리게 해주는 것이 사랑스러운 부모의 역할인 양 홍보되어온 것이 사실입니다(4). 많은 부모들이 경험했겠지만 아이가 여러 차례 열병을 겪고 나면 이전보다 훨씬 커버린 느낌을 주고는 합니다. 아픔을 잘 이겨낸 후의 아이는 행동 면에서도 더 차분해지고, 친구 관계가 이전보다 더 원만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스스로 하고자 하는 독립성이 향상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이른 해열제의 다량 복용은 이후 아이가 가지게 되는 천식, 건초열 (hay fever), 습진 발생 빈도와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즉, 지나치게 열과 온기를 억제함으로써 아이가 오롯이 세상과 제대로 만나고, 받아들이고, 이를 변화시키는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알레르기성 반응들은 염증 질환이기는 하지만 온기가 없는 차가운 것들입니다. 반복적으로 억누르는 치료 방식을 통해 열이 낮아지는 즉 우리의 영혼과 신체가 차가워지는 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그 결과 인간의 정신은 신체 안에서 경직되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지상에서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점차 더 어려워짐을 느끼게 됩니다(2).

 

이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오늘날 –특히 청소년들이- 이전과 비교해서 좀 더 ‘쿨’한 영혼적 태도에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인간 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과 전혀 연관성이 없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주로 상투적으로 ‘불 같은 열정’이나 ‘타오르는 이상’과 같이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이에 우리는 가능한 만큼 열이 나는 아이를 제대로 도와서 열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열이 제대로 그 과정을 밟도록 우선은 우리 내면에서 이를 허용하고, 병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 숨겨진 아이 발달의 이러한 변형적 힘에 대해 확신하기 전까지는 부모나 보살피는 사람으로서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서 쉽게 해볼 수 있습니다. 높은 열에는 미지근한 물을 적신 목욕 스폰지로 몸을 닦아주면서 열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는 이마에 적신 수건을 두고 여러 번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 열을 내리는 것은 물의 온도가 아니라 열의 증발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면역체계의 목적은 사지를 포함해 몸 전체의 온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열이 오른다고 이를 낮추기 위해 냉욕을 한다거나 옷을 벗기게 되면 열을 더 강하게 올라갈 것입니다. 반대로 실내에서도 모자를 쓰고, 사지를 차갑다면 담요나 Hot water Bottle로 따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4). 고온이 삼일 이상 지속되거나 또는 과도하게 열이 상승한다면 의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열병과는 별개로, 평상시 아이들의 온기를 보존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물론 자주 안아주면서 부모의 신체적 온기와 사랑을 전해줄 수도 있고, 따뜻한 음식과 마실 것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밖에 나갈 때 옷을 한 겹 더 입혀 보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만큼 온도에 민감하지 못하고, 어린 아이들은 몸에 살이 올라 있어서 추위를 당장은 잘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기가 그 도톰한 살에 가득 차게 되면 훨씬 더 빨리 체온이 떨어집니다. 온도에 대한 감각은 나 안의 체온과 바깥 온도간의 상호 작용으로, 어린 아이들은 아직 어른처럼 온도에 관한 안/밖의 균형감각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만 9세정도까지는). 우리는 어떤 것이 정말 뜨거운지 또는 차가운 지를 나 자신의 체온과 연관해서만 느끼게 됩니다. 온감각이 정립되기 까지는 어느 정도 어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얼음이 꽁꽁 언 추운 겨울날 길을 가다 보면 부모는 둘 다 털 모자까지 쓰고 덜덜 떠는데 비해 어린 아이는 가벼운 외투에 모자도 안 쓴 채 파란 입술을 하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스키 타는 사람, 겨울에 조깅하는 사람들도 모두 모자는 꼭 씁니다. 머리에서 가장 열이 많이 빠져나가고 곧 한기를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추운 날씨에 바깥을 나갈 때는 특히 따뜻한 모자 쓰는 것을 습관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자기 전 새벽에 깨지 않게 도톰한 잠옷이나 옷을 한 겹 더 입히면 좋습니다. 대개 그렇듯이 자기 전에는 괜찮아도 새벽에는 체온이 떨어져 상당한 한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옷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옷이 숨을 쉬지 못하면서 땀이 안에 채이게 되고 땀이 식으면서 몸도 차가워집니다. 아이가 자다가 깨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 체온은 급속히 변하고 성인보다 폭이 넓습니다. 체온은 새벽 4시에 가장 낮게 떨어지고 오후 6시경에 가장 높게 오릅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섭취하거나 활동 중에는 체온이 상승하지만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경우 체온은 서서히 내려갑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한다면, 자기 전 초를 밝히고 따뜻한 대화와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의학적인 면에서도 치유가 잘 되지 않는 불행한 경우는 아이 스스로가 병을 치유하기에 충분한 열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 의학적인 도움 외에도 가정에서 온욕이나 마사지, 따뜻한 차나 수프 등을 통해 온기를 유지하는데 더 많은 주의를 쏟아야 할 것입니다.

 

Source:  https://playgrouplosangeles.com/private-mommy-me-classes/

 

이렇게 적절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아이가 온전히 성장할 때까지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부모와 주위 어른의 ‘사명’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추워도 잘 불평하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자기 몸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순간을 살면서 자극되고 흥분하면서 신체적, 영혼적인 느낌을 잘 소통하지도 못합니다. 수영장이나 바닷가에 가면 늦게까지 물 안에 있다가 입술이 새파래져서 물 밖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온감각을 서서히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온감각은 상위 감각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으로도 아주 중요한 감각입니다. 또한 내가 충분한 온기를 지니고 있어야 내적으로 경직되지 않고 (혹 뭉쳐있더라도 쉽게 잘 풀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충분한 온기를 주변에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이는 영혼적 공감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온감각은 따뜻한 온기를 통해 세상과 건강하게 호흡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1. Blessed by Fever - Wiep de Vries, R.N.

2. Warmth as Medicine - Margaret Rosenthaler, R.N.

3. The Anthroposophical Approach to Medicine – Friedrich Husemann

4. The Role of Fever in Childhood Development - Adam Blanning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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