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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부모님들께 (특히 담임과정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학습을 위해 지켜달라고 요청 드리는 것이 몇 가지 (또는 상당히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좋은 잠과 리듬 있는 생활, 온기, 먹거리(영양)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이 가운데 음식은 ‘너무나’ 일상적인 주제이기도 하고, 동시에 일정 부분은 가정의 선택에 맡겨진 부분이기에 가끔 우리 모두의 관심 영역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기도 합니다. 가정에서 가족끼리 먹거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부득이하게 어떤 것을 먹어야만 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성인이라면 각자 모두가 자유 의지에 따라 (즉, 종교적/도덕적 신념이나 건강상 이유, 또는 사회적 실천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그리고 언제 먹을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제공된 간식과 급식을 먹고, 수업에서 식물학, 동물학, 건강영양학, 인간학, 생물수업 등을 통해 우리 몸과 주변 세상, 그리고 음식과 영양에 관해서도 배웁니다. 경험상 학교에서 ‘권장’하는 간식의 종류에도 어느 정도 허용 범위가 있어 보이고, 음식에 관한 한 어떤 암묵적인 가이드가 존재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또는 학교에서는 소위 ‘발도르프적’인 음식과 ‘인지학적’ 식단이란 것이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그 음식들은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영양을 제공하는가요? 또한 우리는 음식과 영양을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는가요?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을 창안한 루돌프 슈타이너의 생각은 어떠했을까요?
인지학은 인간에 대한 지혜를 공부하는 아주 정신적이면서도 동시에 실제적인 학문입니다. 인지학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이 우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체적인 철학(세계관)의 일부로 이해하며, 실제로 구체적인 음식의 종류와 섭취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원칙에 따라 신선하고 자연적인 음식을 섭취하면 몸과 마음은 건강해지고 삶의 활력과 함께 적절한 치유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즉, 음식을 통해 우리의 정신성을 발현하는데 필요한 힘을 공급받고 전 우주와의 일체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아래의 짧은 글에서는 슈타이너의 강의에서, 또한 일반 ‘상식’선에서 권장되는 올바른 음식, 식습관과 그 의미에 대해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에서 바라보는 영양적/정신적 측면에서 간단히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것 역시 음식에 관한 유일하고도 명확한 ‘지침’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슈타이너는, 우리는 자신의 내적 작업을 통해 각자의 고차적 정신 영역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점은 음식과 영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슈타이너는, 음식에 관한 개인의 선택은 각자의 상황이나 요구, 또는 의식 상태에 달려 있고, 어떤 음식이 자신에게 유익한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결코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각 개인은 특정한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는 기후나 전통에 따라 다양한 또는 제한된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좋은 음식을 스스로 찾아 선택할 수 있는 본능이 살아있다면 (또는 어릴 때부터 잘 지켜졌다면) 물론 자신에게 맞는 음식이 뭔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식물의 모양이나 향을 통해 그것이 우리 몸에 이로운지 해가 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인간은 우주 자연의 기운과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삶은 사계절 자연과 많이 멀어져 있고 삶의 많은 부분을 과학기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우리 본연의 정신적, 우주적인 감각을 많이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깊은 시골이나 정글에 살지 않는 한, 리듬이 없는 삶 속에서 과도한 인공 빛, 불규칙한 식습관, 생명이 제거된 인스턴트 식문화, 악화된 땅, 물, 공기의 질, 미디어의 영향 등으로 인해 문명 도시 사회에서 그러한 본능이 잘 지켜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발도르프학교에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특정한 음식 지침은 없습니다. 심지어 슈타이너도 뭐가 되고 안되고, 금지되고 용인되고 하는 음식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여러 강연에서 좋은 음식을 권하고, 어떤 음식은 특히 과하게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지침’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영양에 대한 강의(Problems of Nutrition)를 하면서 19세기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가 말한 "먹는 음식이 곧 그 사람이다 (A man is what he eats)”라는 말을 새삼 언급합니다. 이 말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섭취한 음식물의 결과이며, 소화과정을 통해 물질적인 방법으로 흡수된 음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단순히 본다면 나는 내가 섭취한 것 이상의 무엇도 아니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상황을 오로지 자연 과학(정신 과학이 아닌)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인간은 단순히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미네랄, 물 등으로 구성된 존재일 것 입니다. 그리고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또 다시 부족해진 부분은 보충하고 필요에 따라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런 시각에서만 본다면, 인간은 분명 자신이 먹은 것으로 된 존재일 것이고, 내가 먹은 동물의 단백질이 곧바로 내 살이 된다고 믿게 됩니다. 어찌보면 지극히 물질적인 시각이기도 합니다. 음식이 칼로리를 계산하고 양적으로 수치화되면서 음식과 영양을, 마치 자동차에 연료를 주입하고 폭발 연소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물질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인지학에서 물질은 정신적 과정의 한 형태로 바라봅니다. 우리 주변 감각세계의 모든 물질은 정신적 과정의 외적 양상일 뿐입니다. 인간의 사구성체를 보더라도, 에테르체는 영양, 생식, 분비선 등을 통해 외적으로 표현되며, 아스트랄체는 신경계, 그리고 자아는 혈액 활동을 통해 표현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음식에 있어서도 영양소라는 블록을 쌓는 것 이상으로서의 인간, 즉 물질적 총합을 넘어선 하나의 생명 유기적 존재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음식과 영양의 차이뿐만 아니라 물질적 영양 외에도 정신적 양분까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음식은 몸과 마음, 정신을 조화롭게 만들어 나와 세상, 우주를 만나 힘을 얻게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따라서 미리 가공되고 준비된 음식, 생명과 온기가 제거된 음식, 그리고 그렇게 포장된 상태로 유통기한을 기다리는 모든 음식은 우리가 선택해야 할 최고 마지막 음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단지 우리의 물질 육체에 필요한 연료를 제공할 뿐 마음의 활기와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신체가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종류의 방부제와 첨가물이 포함되어 몸 안에서의 유기적인 소화 과정을 방해하고 지속적일 경우 장기에 손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채식 위주의 식사는 육식 위주의 식사보다 몸을 더 튼튼하게 하고 정신적인 발달을 촉진합니다. 굳이 이러한 슈타이너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직면한 기후 위기와 현 사회의 만성 질환 증가 역시 육류 소비의 증가와 맥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수치를 본다면, 안타깝게도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의 감소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러 ‘선진’ 부유국에서 육류를 적당량 섭취한다면 이것만을 통해서도 충분히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말로, 현재의 과도한 육류 소비로는 지구와 인간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으며 기후 목표 또한 실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완전한 채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도 극지방을 포함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할 수 없고, 육류와 유제품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과 사회가 존재합니다. 물론 그들은 지속 가능한 삶의 순환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유연한'을 뜻하는 플렉시블(flexible)과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합성어인 플렉시테리안도 가능하고, 주말에만 고기를 먹는 주중 채식주의도 존재합니다. 완전 채식보다는 유연하고 낮은 단계의 여러 채식주의 형태가 존재합니다. 슈타이너 자신은 채식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채식을 바라보았고, 강의에서 정신적 측면에서 채식의 장점을 여러 차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내가 내 몸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할 때 우리는 자신의 유기체로부터 많은 요구를 받게 됩니다. 식물성 음식은 많은 지방을 결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방을 생산할 수 있는 인간 유기체는 자체적으로 지방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지방을 생산해야 합니다. 즉 사람이 채식 음식을 먹을 때 그는 자기 안에서 어떤 활동을 통해 지방 생산을 위한 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동물성 지방을 먹을 때는 이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물질주의자들은 아마도 너무 많은 노력을 하지 않고도 가능한 많은 지방을 저장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 내적 활동의 전개는 실제 내적 생명의 전개를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지방을 생산할 힘을 만들어내어야만 할 때, 그의 내적 유연성을 통해 자아와 아스트랄체는 신체와 에테르체의 진정한 주인이 됩니다. 사람이 지방을 섭취하면 스스로 지방을 만들어야 할 임무를 면하게 되는 결과가 됩니다. 그러지 않고 스스로 지방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내적 활동을 펼칠 기회를 잡는다면 그는 자유로워지고 자기 몸을 다스리는 군주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단순히 지켜만 보는 구경꾼으로 남게 됩니다. 수동적인 구경꾼으로 남겨질 만큼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자신의 아스트랄체가 온전한 활기를 가지고자 하는 욕구는 방해 받게 됩니다. 따라서 스스로 자신의 지방을 만들 기회가 거부당한다면, 아스트랄체의 내적 유연성은 내부의 장애물에 부딪치게 됩니다.” (루돌프 슈타이너, Problems of Nutrition)
동물은 실제 자신의 온기를 유지하고, 움직임 활동을 이어가고, 그리고 의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많은 생명력(생명 에너지)을 소비한 상태입니다. 식물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서 더 많은 생명력을 자기 안에 품고 있습니다. 경험적으로도 식물 안의 생명이 부패되는 속도는 동물과도 다릅니다. 채식 식단에는 당연히 계절 야채와 과일이 포함됩니다. 아이들은 계절과 우주의 리듬에 따라 살고, 계절의 기운을 안으로 전달하는 과일이나 야채는 아이의 우주적 경험을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빛을 보고, 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재배되는 계절 과일과 채소는 더욱 건강합니다. 물론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정제되고 가공되어 여기에 맛과 향을 위한 인공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다면 이 역시 우리 몸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인지학에서 바라보는 영양 이론의 특징은 식물을 뿌리 채소, 잎/줄기 채소, 과일과 꽃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또한 식물은 사람이 거꾸로 선 모양으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뿌리 채소는 사람의 신경과 머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잎 채소, 샐러드, 양배추 등은 심장과 폐를 강화시키고, 과일과 씨앗은 소화와 신진 대사를 적절히 자극합니다. 신체의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려면, 우리는 방금 언급한 각기 다른 영역의 음식을 매일 골고루 섭취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극과 조화를 제공할 수 있는 건강한 식물은 반드시 온기를 품은 태양의 빛이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는 식물의 빛을 먹는 것입니다. 이 빛은 물리적인 빛 그 이상으로, 우주 태양으로부터 전해지는 생명의 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빛을 통해 다시 우주 시민이 됩니다.
“채식주의 식단은 인간 유기체 안에 존재하는—우리를 전체 행성계와 함께 우주적 통합 안으로 가져가는—그러한 힘을 자극합니다. 매일 하루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 안에서 우리가 식물 영양소를 우리 자신의 유기체 안에서 변형시킬 때 우리는 태양계 전체에 포함된 힘을 활성화 시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자신의 물리적 구성요소들을 통해 태양계 내에 존재하고 있는 그 힘에 참여합니다: 우리는 그 힘들로부터 소외되거나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영혼이—인지학적으로 또는 비의적으로 발전함에 따라—자신 안에서 서서히 경험하게 되는 그 어떤 것입니다. 다른 말로, 우리가 식물 영양분을 섭취함으로써 영혼은 지상의 무게를 가지지 않는, 오히려 행성계 전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태양에 속한 어떤 것을 흡수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채식주의 식단을 통해 얻게 된 생명 유기체 안의 그러한 가벼움은 인간을 지상의 무거움으로부터 들어 올리며, 인간 유기체 안으로부터 어떤 특정한 맛을 감지해낼 수 있는 능력을 서서히 발전시킵니다. 이는 마치 채식주의 식단을 통해 우리 인간 유기체가 식물과 함께 그들의 성장과 개화를 가능하게 하는 그 태양 빛을 함께 나누는 것과 같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 The Effects of Esoteric Development)
사는 곳 주변에서 자란 곡물을 섭취하는 것은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아주 중요합니다. 슈타이너에 말에 따르면, 곡물은 우리의 신경계와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우리의 의식 및 지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곡물을 잘 씹어 먹으면 심장과 폐를 강화시키고 원활한 영양 공급을 위한 내적 온기가 생성됩니다. 곡물은 씨앗으로, 생명의 시작이자 마지막이고, 그리고 또 다시 새 생명의 원천이 됩니다. 그 씨앗 안에는 생명의 상들(싹, 뿌리, 줄기, 잎, 꽃, 열매 등)과 우주의 힘들(에테르, 행성, 별자리 등)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인지학에서는 우주적 기원과 연결 지어, 각 요일을 행성(해와 달 포함), 몸의 기관, 그리고 곡물과 연결 짓습니다. 곡물은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보자면, 밀은 우리 몸에 조화를 가져다 주고, 쌀은 소화를 조절시켜주며, 보리는 몸을 편하게 이완시키며, 기장은 몸을 따뜻하게 하며, 호밀은 뼈에 영양을 공급하고, 귀리는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옥수수는 미네랄을 공급해줍니다. 우리가 각 행성의 요일에 해당 곡물을 먹으면 최대의 영양분과 기운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우주 시민이 되는 또 다른 기회입니다.
일요일–태양–심장-밀 월요일–달–생식기관-쌀 화요일–화성–쓸개-보리
수요일–수성-폐-기장 목요일–목성–간-호밀 금요일–금성–신장-귀리
토요일–토성–비장-옥수수
슈타이너는 음식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역할은 단지 사실을 제시하고 통찰력을 전달하는 것뿐이라 하였습니다. 그 외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으로 두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사실’과 통찰력의 일부를 살펴보자면 (일정 부분 현대적 상식과 견주어볼 때)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우선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고 흡수했을 때 우리의 자아와 아스트랄체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아는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 물질을 분해, 해체합니다. 그리고 아스트랄체의 용해과정을 통해 내적 의식활동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온기가 생성되고, 빛이 발생합니다. 혈액에 스며드는 내부의 온기가 단백질 분해의 결과인 것처럼 신경계의 활동은 이 내면의 빛의 표현입니다 (Problems of Nutrition). 이처럼 온기는 활동과 의지의 근간이 되고, 신경계의 활동은 사고의 근원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은 내적 노력에 의한 것입니다. 슈타이너에 말에 따르면, 우리는 동물의 고기와 지방뿐만 아니라 이러한 물질에 포함된 아스트랄체의 산물도 섭취하게 됩니다. 이는 도살과정에 수반된 동물의 아스트랄체까지도 포함합니다. 만약 육류를 과하게 섭취한다면 우리 몸은 외부 아스트랄의 힘으로 점차 채워지고, 우리 스스로 내적 순수한 아스트랄체의 힘을 발휘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즉 과도한 육식을 통해 이러한 내적 활동의 기회가 박탈되고,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내 몸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물성 식품은 인간의 신경계와 아스트랄체에 매우 특정한 영향을 미치며, 분노, 반감, 편견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도 이런 동물계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은 덕분이라고 말합니다(Where and How Does One Find the Spirit? 루돌프 슈타이너). 하지만 식물성 식품의 경우 신경계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다른 강의에서 슈타이너는 아래와 같이 고기를 먹는 것은 소화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고 과정을 방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람이 빨리 소화되는 쌀을 먹으면 정신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특정 힘이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야생 오리를 먹고 나면 이를 소화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람이 비록 꽤 영리할 수 있지만, 그가 사고를 해야 할 때는 그의 장(gut)이 실제로 생각합니다.” (루돌프 슈타이너, Origin Impulses of the Humanities, Berlin)
요즈음 우리는 (과거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정의 냉장고에서, 또는 호텔 뷔페에서 소비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의 양을 보더라도 인류 역사상 가장 (저렴한 가격에) 음식이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음식 종류가 많아지고 접근이 용이하다 보니 나름 그 안에서는 경쟁이 일어나고, 그러다 보니 때론 영양적 측면보다는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식, 욕구를 부추기는 미디어 등으로 음식이 한쪽으로 편중(편식)되거나 섭취하는 양이 증가하는 경우(과식)가 발생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문명 사회의 많은 질병은 영양 부족에서 비롯되었고, 이러한 부족으로 인해 우리는 병을 견뎌내기 위한 충분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위원회 ‘문명 질병’에는 대사 장애, 당뇨와 비만, 알레르기 증상, 순환 장애, 아토피 등이 포함됩니다. 꼭 한가지 원인만 있지는 않겠지만 현대인의 식단도 거기에 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결국 식단에는 당연히 질 좋고 다채로운 종류의 음식이 포함되어야 하고 몸은 양질의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등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또는 오랫동안 잘못된 음식을 먹게 되면 부적절한 영양으로 인해 여러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인의 자유의지와는 달리, 어른은 음식과 영양을 선택할 때 아이들에 대한 특별한 책임이 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는 어떤 것이 건강한 음식인지, 또는 어떤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은지 모릅니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원해서 선택하는 지, 또는 진짜 원하는 것인지 판단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어른의 적절한 안내 없이 용인되거나 방치된다면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이후 어떤 질병으로 발전할 여지를 만들게 됩니다. 여기에는 특정 음식의 편중, 과한 양의 식사, 과도한 당/지방 섭취, 잦은 간식 등이 포함됩니다. 사랑스러운 부모의 역할로서, 당장은 아이들의 소망을 실현시켜줄 수는 있지만 여기에 대한 책임은 향후 아이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식습관은 결국 아이들의 장에 부담을 주고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알레르기 증상을 겪게 됩니다. 그 중 하나의 예로, 아래 헨델 박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알레르기는 명확히 우리의 식습관과 관련됩니다.
“영양은 알레르기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알레르기는 우리 몸 면역체계의 기반이자 다양한 음식을 처리해야 하는 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음식을 선택하면 장내 세균총의 질이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환자는 그들이 섭취하는 음식의 질에 더욱 주위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정용 설탕이나 흰 밀가루 등 정제 탄수화물은 장내 효모 과부하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합니다. 고기 선택 또한 중요합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육류, 그리고 특히 도살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돼지는 도축장의 스트레스로 인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히스타민을 다량 분비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알레르기 환자는 가능한 한 돼지고기를 피하는 것이 좋고, 육류를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2~3회 이상 먹지 않아야 합니다.” (Dr. Barbara Hendel)
우리는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고, 닭 가슴살과 단백질 파우더, 에너지 바를 먹기도 하고, 뛰고 나서 갈증이 있으면 이온음료를 마십니다. 이제 우리에게 음식은 많은 부분 지혜가 아닌 지식으로 접근되고 있습니다. 일반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영양학은 채 100년도 안된 지식인지라 수 천년 동안 인간이 먹어온 것들의 지혜와 지식을 송두리째 버릴 만큼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광고되고 추천되는 많은 가공 식품들 역시 영양 관련 학자들의 자금과 과학기술적 지원을 받고 시장에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양학과 화학, 식품 가공업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라 할 수 있는 ‘선진’국이 실제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여러 면에서 건강하지 못한 나라의 면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사하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가정에서 음식은 가족 고유의 문화이자 의식입니다. 가족이 모여 감사의 말과 기도로 정갈하게 차린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아이들의 영혼적, 정신적 체험을 깊게 하고 내면의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따뜻한 대화가 포함된 식사는 실제 소화 과정에 도움이 되어 영양가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비'에 있어 음식 역시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논의를 통해 각자, 그리고 공동체의 결정이 실제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언급하였듯이, 모든 물질과 그 과정은 우주 정신이 외적으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음식과 우리 몸에도 적용됩니다. 우리 몸은 물질이자 정신의 표현이자 정신의 도구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균형 잡힌 식단과 이을 통한 영양 섭취는, 무엇보다 물질 육체의 성장, 형성 및 생명력(활력)을 가능하게 하고, 영혼적인 발달과 집중력, 의지력을 향상시켜 배움을 이끌 수 있으며, 그것이 기반이 되어 자기 성장 및 주변과의 바람직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을 통해 얻은 자양분은 우리가 우주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우리 모두를 우주 시민으로 살아가게 합니다. 또한 사람과 자연을 살리면서 우주 시민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참고한 책.
1. Rudolf Steiner: Problems of Nutrition, 1909
2. Rudolf Steiner: The Effects of Esoteric Development, 1913
3. Rudolf Steiner: Origin Impulses of the Humanities, 1906
4. Petra Kühne: Waldorf Journal Project 3: Food and Nutrition What Nourishes Our Children?
5. Lisa Hildreth: The Waldorf Kindergarten Snack Book,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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